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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콩카과는 걸어서 오르는 산이라는데, 왜 해마다 사람이 죽을까
아콩카과는 아르헨티나 안데스 산맥에 솟은 해발 6,960미터대의 산이다. 측정 기관과 연도에 따라 6,959미터에서 6,962미터까지 숫자가 조금씩 다르게 적히지만, 어느 숫자를 택해도 남미 최고봉이자 아시아 바깥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산에는 묘한 평판이 따라붙는다. 일반 등반로는 걸어서 정상까지 갈 수 있는 길이라, 7대륙 최고봉 가운데서도 쉬운 축에 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산에서는 해마다 평균 세 명 안팎이 목숨을 잃는다고 알려져 있다. 쉽다는 산에서 왜 사람이 죽는지, 이 글은 거기서 시작한다. 이 산의 이름 뜻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산 이름부터 정설이 없다. 아콩카과라는 이름의 어원을 두고는 크게 네 가지 설이 있다. 이 지역 강 이름에서 왔다는 마푸둥군어 설은 건너편에서 온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케추아어로 돌로 된 파수꾼이라는 설, 같은 케추아어로 하얀 파수꾼이라는 설, 아이마라어로 하얀 협곡이라는 설이 나머지 셋이다. 문자 기록이 없던 시대의 이름이라 어느 쪽이 맞는지 가릴 근거가 부족하다. 이 산을 가장 오래 바라본 사람들이 남긴 이름이 지금은 아무도 확답하지 못하는 말이 된 셈이다. 원정대장은 여덟 번 시도했고, 정상에는 가이드가 먼저 섰다 기록에 남은 첫 등정은 1897년이다. 영국인 에드워드 피츠제럴드가 이끈 원정대는 1896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여덟 차례 정상에 도전했지만, 정작 대장 본인은 한 번도 정상에 서지 못했다. 1897년 1월 14일, 원정대가 데려간 스위스 가이드 마티아스 쥐르브리겐이 혼자 정상에 올랐다. 한 달 뒤인 2월 13일에는 같은 원정대의 스튜어트 바인스와 니콜라 란티가 두 번째, 세 번째로 정상을 밟았다. 피츠제럴드는 6,000미터 부근에서 번번이 구토감을 호소하며 돌아섰는데, 한 영국 등반가는 그 증상이 고소증이라기보다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높이를 앞둔 두려움에 가까웠을 거라고 해석한다. 당시 아콩카과는 인류가 올라 본 가장 높은 곳으로 여겨졌다. 유럽인이 정상을 밟기 400년 전, 이 산에 바쳐진 아이가 있다 1985년, 등반객들이 해발 5,300미터 부근에서 얼어붙은 어린아이의 미라를 발견했다. 일곱 살쯤 된 소년으로, 1500년경 잉카 시대에 카파코차라는 의식으로 바쳐진 것으로 추정된다. 소년은 옷감과 깃털로 감싸인 채 돌담 안에 안치돼 있었고, 입은 옷으로 보아 높은 신분의 아이였던 것으로 보인다. 2015년에는 이 소년의 유전자를 분석한 연구가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미토콘드리아 계통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같은 일대에서는 해발 5,000미터를 넘는 잉카 유적도 확인됐다. 이 산은 유럽인이 정상을 밟기 약 400년 전에 이미 누군가에게 신에게 바치는 자리였다. 정확한 사망자 숫자를 세는 곳이 없다 이 산의 위험은 숫자부터 흐릿하다. 연평균 3명 안팎이라는 설명이 가장 흔하지만, 이 산을 여러 번 오른 한 등반가는 해마다 한두 건 정도를 전해 듣는다고 썼다. 중앙에서 집계하는 기관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정상 도달률도 30퍼센트에서 40퍼센트로 추정될 뿐 공식 기록은 없다. 분명한 건 사고가 몰리는 해가 있다는 점이다. 2009년 1월에는 한 달 사이에 다섯 명이 숨졌다. 폭풍을 만난 사람, 하산하다 추락한 사람, 정상 부근에서 쓰러진 사람이 겹쳤다. 죽이는 건 경사가 아니라 날씨와 높이다 기술이 필요 없다는 말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이 산을 위험하게 만드는 건 암벽이나 크레바스가 아니다. 이 산을 여러 번 오른 한 등반가는 위험의 원인을 날씨와 고도라고 요약한다. 아콩카과는 태평양에서 약 130킬로미터 거리라서 폭풍과 강풍이 거의 막힘없이 몰아친다. 바람은 소용돌이치지 않고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불어서, 큰 돌로 고정하지 않은 텐트는 그대로 쓰러진다. 체감온도가 영하 60도 아래로 내려간다는 기록도 있다. 여기에 7천 미터에 가까운 높이가 더해진다. 정상의 기압은 해수면의 약 40퍼센트 수준이다. 길이 쉬워서 준비를 덜 한 사람이 같은 길에서 같은 바람을 맞는다. 헬리콥터가 정상에 내린 산에서도 이 산이 얼마나 평범한 길로 오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기록은 많다. 2007년에는 87세 노인이 정상에 올랐고, 2013년 12월 24일에는 아홉 살 소년이 올랐다. 오르코네스 입구에서 정상까지 왕복하는 최단 기록은 2023년 기준 11시간 24분이다. 2019년 9월 25일에는 쌍발 헬리콥터 한 대가 정상에 착륙했다. 같은 산에서 해마다 사람이 죽는다. 쉽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라 조건부다. 바람이 잦아든 맑은 날, 몸이 높이에 적응한 사람에게만 맞는 말이다. 쉬운 산은 없고 쉬운 날만 있을 뿐이다. 누군가 어느 산이 쉽다고 말한다면, 그 말 앞에 붙은 조건이 무엇인지부터 물어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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